
독일의 위대한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남긴 “과학은 한 장례식씩 진보한다”는 말은 과학 발전의 본질을 냉철하게 꿰뚫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은 ‘실패의 축적, 과학의 진보’가 단순히 지식의 점진적 증가가 아님을 시사하며, ‘질문과 실패, 과학 발전의 토대’ 위에 기성세대의 권위가 무너지는 ‘인고의 시간, 위대한 과학의 기반’이 다져진 후에야 비로소 ‘세대의 죽음, 새로운 과학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심오한 과정을 암시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 명언을 바탕으로, 과학적 진리가 어떻게 기존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수용되며 진정한 진보를 이루어내는지 그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질문과 실패: 과학 발전의 단단한 토대
과학의 역사는 성공의 기록이 아닌, 무수한 질문과 실패가 축적된 거대한 지층과 같습니다. 우리는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들의 화려한 성공에 주목하지만, 그들의 위대한 업적은 기존의 지식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수백, 수천 번의 ‘실패’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서만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 질문은 과학의 출발점입니다. ‘사과는 왜 아래로만 떨어지는가?’ 혹은 ‘빛의 속도는 관찰자에 따라 변하지 않는가?’와 같은, 당시로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현상에 대한 순수한 의문이 인류의 지성사를 뒤바꾼 혁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기존 패러다임의 균열을 드러내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과학자들을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에는 필연적으로 실패가 뒤따릅니다. 실험은 예상과 다른 결과로 귀결되기 일쑤이며, 가설은 끊임없이 논박당하고 폐기됩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에서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각각의 실패는 ‘이 길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천 번의 실패를 ‘작동하지 않는 수천 가지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 말했듯, 과학적 실패는 가능성의 범위를 좁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귀중한 데이터입니다. 이처럼 세대를 거쳐 축적된 실패의 경험은 후대 과학자들이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며,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인의 어깨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목도하는 위대한 과학의 진보는 소수의 성공이 아닌,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이들의 질문과 실패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견고한 지반 위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인고의 시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숙성의 과정
혁신적인 과학 이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즉시 학계의 인정을 받고 교과서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의 권위와 신념 체계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며, 길고 혹독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설명했듯이,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인 지식 축적이 아니라 기존의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의 형태로 일어납니다. 이 전환의 과정은 논리적 설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기존 패러다임에 평생을 바친 기성세대 과학자들의 심리적, 사회적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 지난한 투쟁의 시간입니다.
알프레트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1912년 대륙들이 과거 하나의 거대한 대륙(판게아)에서 갈라져 이동했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펼쳤지만, 당시 학계는 그가 대륙을 움직이는 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그의 이론을 비웃고 무시했습니다. 그의 주장이 해저 확장설과 판 구조론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통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반세기가 넘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새로운 이론은 끊임없이 공격받고 검증되며, 지지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 숙성의 기간은 이론 자체를 더욱 정교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반박에 답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을 설명해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소수의 젊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지지 기반을 넓혀갑니다. 이처럼 과학적 진리는 발표되는 즉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과 저항 속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증거를 쌓아 올리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세대의 죽음: 새로운 과학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
막스 플랑크의 말이 가장 날카롭게 적용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증거와 논리를 갖춘 새로운 이론이라 할지라도, 기존 패러다임으로 학문적 명성과 지위를 쌓아온 기성세대의 신념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용은 자신의 학문적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랑크 자신도 양자 가설을 처음 제안했을 때,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당대의 많은 물리학자로부터 거센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시절 상대성 이론으로 물리학의 혁명을 이끌었던 아인슈타인조차 말년에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저항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결국 과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세대의 죽음’, 즉 기존 패러다임을 옹호하던 핵심 인물들이 학계의 중심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들이 은퇴하거나 사망하면서 생긴 공백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배우고 성장한 젊은 세대의 과학자들이 채우게 됩니다. 신진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이론은 저항해야 할 이단이 아니라, 처음부터 배워야 할 당연한 지식(교과서)입니다. 그들은 이전 세대가 가졌던 편견이나 심리적 저항 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갑니다. 따라서 ‘장례식’은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낡은 과학적 권위와 신념 체계의 퇴장을 상징하는 은유입니다. 이 장례식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과학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고 다음 시대의 ‘정상과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과학의 진보는 이처럼 이성적인 토론과 함께, 세대교체라는 비정하고도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결론: 실패를 딛고 세대를 넘어 전진하는 과학
막스 플랑크의 말처럼 과학의 진보는 단선적이고 영광스러운 길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고통스러운 실패가 쌓이고, 기존 권위의 저항을 이겨내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후, 마침내 세대교체라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완성되는 장대한 서사입니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 현재의 과학적 진리 또한 절대불변이 아니며,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언젠가 도전받고 대체될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의 진보를 위해 눈부신 성공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실패를 장려하고, 기존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날의 비주류적인 질문과 실패가 미래 세대에게는 위대한 과학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지식의 발전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과학은 그렇게 한 걸음씩, 한 장례식씩,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