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강 고도화 대책, 품목 따라 엇갈린 희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전략은 국내 철강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정부의 지원 약속을 환영하면서도, 각 사의 주력 품목과 사업 구조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정부 철강 고도화 대책, 품목 따라 엇갈린 희비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배경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탄소중립과 고부가가치 전환, 정부의 ‘대책’에 거는 기대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은 단연 ‘탄소중립’과 ‘고부가가치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대형 고로사(高爐社)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수소환원제철 기술(HyREX) 개발과 같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탄소중립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의 지원책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 집중될 전망입니다.

  •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R&D 및 실증 사업에 대한 대규모 예산 지원
  • 탄소중립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및 금융 지원
  •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국제 무역 규범에 대한 공동 대응 전략 수립

이와 더불어 전기차 구동모터용 전기강판, 초경량·고강도 차체 소재, 친환경 선박용 후판 등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 지원 역시 대형사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라며, “정부가 명확한 로드맵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 개발과 투자 결정에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대형 철강사 입장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력 ‘품목’의 차이, 중소 철강사의 현실적 고민

대형사들의 기대감과는 달리, 전기로를 중심으로 철근, 형강 등 범용재를 주로 생산하는 중소·중견 철강사들의 표정은 다소 복잡합니다. 이들의 주력 ‘품목’은 국내 건설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으며,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탄소중립 기술 개발보다는 급등하는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 그리고 부진한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입니다. 정부 대책이 고부가가치 제품과 저탄소 기술에 집중되면서, 이들 기업은 정책의 수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전기로 기반 저탄소 제품 생산 지원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프로젝트에 비해 지원의 규모나 구체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중소 철강사 임원은 “수소환원제철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당장 다음 달 전기요금 고지서가 더 현실적인 위협”이라며, “에너지 비용 안정화나 노후 설비 교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보다 절실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고부가가치화 전략 역시 막대한 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강소기업’화 전략이 더 적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요 산업의 엇갈린 ‘희비’, 공급망 안정과 비용 부담 사이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 산업계에서도 이번 대책을 두고 엇갈린 ‘희비’가 관측됩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국내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고품질의 미래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더 가볍고 강한 자동차 강판이나 극저온 환경을 견디는 LNG 선박용 특수강을 국내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수요 기업의 제품 경쟁력 또한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합니다. 정부가 저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하고, 국내 철강사들의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용이 최종 제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 수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품질 좋은 국산 철강재를 쓰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 철강사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철강을 사용하는 수요 산업의 부담을 완화하며 상생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대책의 성공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입니다. 공급망 안정화라는 ‘희망’과 원가 상승이라는 ‘걱정’ 사이에서 수요 산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결론: 맞춤형 후속 조치와 소통이 관건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은 위기에 처한 국내 철강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대형사에게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국가적으로는 탄소중립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드러난 품목별, 기업 규모별 ‘온도 차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성공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 세부 실행 계획 구체화: 대형 고로사, 중소 전기로사, 수요 산업 등 각 주체의 입장을 고려한 맞춤형 후속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 지속적인 소통 채널 확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한 상시적인 소통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결국, 이번 대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철강산업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강한 후속 조치와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끊임없는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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